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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빛

화가들의 색깔

by snoow 2018. 8. 22.

2018. 8. 21.

엘 그레코의 오래된 그림 속의 풍경과 지금의 풍경은 거의 흡사하다.
역사가 켜켜히 쌓인 오래되고 견고한 도시는 타호강의 물살보다 더 천천히 변해간다.
물론 생활 터전보다는 관광지에 더 가깝지만 이 곳은 다른 삶들이 이어지고 있다.
몇 세기가 흐른 뒤에도 이 곳은 어떤 풍경일까?

오늘은 엘 그레코의 그림을 실컷 보았다.
산타 크루스 박물관부터 시작해서 산토 도메 성당, 엘 그레코 박물관까지 말이다.
똘레도는 엘 그레코의 새로운 고향 같았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 타국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이지만 그가 살고 있던 시대는 화가를 환영하고 사랑해주는 도시가 최고였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성화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비율이 팔등신을 넘어 패션디자인 스케치마냥 길쭉하고 날씬하다.
혼자서 화가가 대단한 장신이거나 키가 큰 것을 흠모한건가 하고 생각했다.
패션디자인을 할 때 옷을 입히는 인물 그림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데 그의 그림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소코트랜을 타고 똘레도 외곽을 한바퀴 돌 때는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았다.
여행을 할 때는 매번 걷는데 앉아서 구경하는 순간은 편해서 좋다.
걷다가 쉬었다가를 적당히 반복해야 지치지 않고 여행할 수 있다.
순례길이 걱정되어 오기 시작한다.

오후 여섯시부터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기에 시간 맞춰 갔더니 미술관 밖에까지 길게 줄이 이어졌다.
무려 사십 분을 기다려 한 시간 조금 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모든 작품을 다 볼 수는 없었고 유명한 작품 위주로 살폈다.
고야의 블랙 페인팅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귀족들의 화려한 모습을 그린 것과 대조되는 하층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검은 색이 주색인 그림이었다.
금박이나 레이스로 장식되는 화려한 의상과는 다른 세계였다.

벨라스케스의 브라운, 무이요의 핑크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다양한 색으로 그림을 그렸겠지만 두 화가의 그림에 인상적인 색이 위의 두 색이었다.
무이요의 그림은 핑크 때문인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리베라라는 화가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미술관을 가진 스페인이 엄청 부러웠다.
그들의 훌륭한 문화유산에 자부심을 가질만 할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감동스러웠다.

솔광장까지 가서 곰을 보고 와버렸다.
곰과 나무 티셔츠를 살 뻔 했다.
가장 사랑스러운 랜드마크이자 약속 장소라고 생각되었다.

내일은 사리아로 간다.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니 고마운 잠을 자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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