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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빛

Everything is free

by snoow 2018. 9. 2.

2018. 9. 1.

여름 휴가는 끝이 났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텔레비전은  긴 세로줄들을 가지게 되었다.

서비스센터 기사님이 아침에 다녀가셨는데 부품을 교환해야한다고 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도 아닌데 고치자니 억울하기도 하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은 늘 재미있으니 선명한 화면으로 보고 싶다.


넷째가 잠시 방문하여 세제와 미니언즈 스펀지를 가져갔다.

미니언즈 마니아인 넷째는 목욕 스펀지마저 좋아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면 표정까지 바꿔 놓나보다.


여행동안 영어로 의사소통을 많이 했기에 지금보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하고 싶은 목록들을 다시 적어보아야겠다.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변할리는 없고 천천히 서서히 할 수 밖에 없다.

무용해보이는 일일지라도 어떤 느낌의 흐름에 따라 그 길을 따라 가보는 것도 중요하다.


몇 주전에 신청한 부산댄스페스타에 다녀왔다.

그랜드볼룸에서 빛나는 조명을 받으며 춤을 추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자주가는 빠에서 편하게 추는 춤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오랜만에 춤추러 가려고 한다.

지금보다 더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이번 여름에 해운대는 처음이라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바닷가를 조금 거닐어 보았다.

해변을 둘러싸고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딴 세계라 즐겨오지는 않지만 바다와 모래가 주는 자유가 있다.

언제라도 사르락거리는 모래를 밟고 발을 간질이는 파도를 느끼다가 풍덩하고 바다로 빠질 수 있다.

물론 물에 젖는 것이 싫어서 한 번도 자유를 향해 발을 내딛은 적은 없지만 말이다.

어제도 쏟아지는 폭우를 지나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안전하게 비옷을 꺼내어 젖지 않고 집에 왔다.

언제나 갈림길을 만나면 안전항 길을 택하게 된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갈림길 위에서 노란색 화살표만 찾았다.

가끔은 미지의 길로 발걸음을 내딛고 싶은 유혹을 받았지만 어쩌면 나는 안전한 길만 선택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끔찍하지는 않지만 즐기지도 않는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내가 세상 밖에 나가서 딱히 잘하는 것이 없기에 안전한 직업의 테두리에 나를 가두는 것이리라.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새장 안에 갇힌 새처럼 내 역할만 해내고 주인이 주는 먹이에 안도하며 머물러먄 있을 것이다.

가끔 멀리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내 삶을 위로하면서 말이다.


급진적인 사람이 아닌지라 당분간은 어쩌면 더 오랫동안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이제 철이 들었으니 삶에 '사랑'을 조금 더 첨가해도 좋을 것이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빠지지 않고 사랑가루들을 뿌려서 관계들이 맛났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음미하듯 순간들에 빠지고 싶다.


c가 알려준 Gillian Welch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유튜브를 여행하다가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듯 하다.

몬세라트의 길 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혼을 만난 것 같아서 기뻤다.

그에게 메일이라도 오면 열심히 답장을 쓸텐데 그가 메일을 보내올 여유가 생기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그곳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그 날이 참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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