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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오시게로의 오후

by snoow 2019. 9. 28.

2019. 9. 28.
아름다운가게에 입지 않는 옷들을 추려 기증을 하러갔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워 누군가에게 소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때로는 그대로 버려질까 염려가 된다.
명륜역에서 온천장역까지 걸어서 모모스에 들렀다.

차가운 카페라떼와 스콘을 먹으며 백색 소음 가운데 허수경 시인의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를 읽는다.
오늘은 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쑥털털이를 발견하고는 내년 봄에는 엄마에게 쑥털털이를 만들어 달라 해야겠다 생각했다.
이 책을 읽어 나갈수록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s가 떠올랐다.
s가 잠시 다녀갈 때 선물해야겠다.

카페 이층 대나무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밖을 바라보며 혼자있기에 좋은 자리인데 내가 머무는 동안 옆에 앉은 이는 세 번 바뀌었다.
고요히 앉아 공부를 하던 중년의 여인, 어린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아빠, 딸과 공부를 하러 온 엄마...
아빠는 딸과 다정하게 빵을 나눠먹고 딸의 눈에 처음일 단어들을 가르쳐준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좋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를 뚫고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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