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1. 15.
2012년에 snoow'space라는 블로그가 있었다.
2021년에 문을 닫았으니 거의 십 년을 함께 했다.
새벽에 문득 옮겨 놓은 파일 뭉치가 떠올랐다.
그 파일 뭉치 중에 '감상문' 뭉치를 인쇄했다.
처음에는 소책자로 인쇄해서 집게로 집었다.
350쪽 정도나 되어 잘 넘겨지지 않아 불편했다.
펼쳤을 때 가운데 부분 글자는 보기 힘들었다.
4000원을 주고 스프링제본을 하니 훌륭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리뷰들 모음이다.
책, 음악, 미술, 공연, 영화로 구분해 놓았다.
한 시절의 꾹꾹 눌러쓴 기록들이 꽤 묵직하다.
책으로 묶어볼까 하다가 혼자 보려고 인쇄했다.
노안이 시작되는 눈으로 화면을 보기가 힘들다.
뽀얀 종이 위, 알알히 박힌 활자들이 사랑스럽다.
2017년 이후로는 이렇다 할 기록이 없다.
수술을 한 이후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다.
겨우 직작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벅찼다.
2018년에는 일기를 모아 책으로 묶은 적이 있다.
2019년 이후로는 기록들은 단편적이다.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지 못하고 지쳤다.
따뜻하지 못했던 관계 또한 한몫했다.
내 머리 위로 두껍게 쌓인 흙더미를 밀어 올린다.
조금씩 팔을 뻗어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