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귀여워귀여워

snoow 2018. 6. 9. 17:10


2018. 6. 9.


〈하트시그널〉때문에 생활리듬이 바뀌어버렸다.

방송을 다 시청하면 새벽이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버린다.

평일에도 그 리듬이 고스란히 적용이 되어 늦게 일어나고 지각을 몇 번이나 해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간밤의 네 커플의 겨울여행을 보고 자버린 바람에 늦잠이다.


장미 씨와 도균 씨가 함께 여행 간 여수가 가보고 싶어졌다.

향일암의 바위 관문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참 좋았는데 말이다.

두 사람의 커플여행처럼 나도 그와 함께 가고 싶다.

그와 여행을 간다면 부여 궁남지, 순천 선암사, 여수 향임암 등을 같이 가보고 싶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곳들도 많을 것이고 그와 함께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하트시그널〉에서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두 커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프로그램 안에서의 만남이 삶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할지라도 말이다.

영주 씨와 규빈 씨의 부산데이트도 인상적이었는데 보수동책방골목에서 서로를 위해 고른 책이 같았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가 독서대를 한 권 마련했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끌렸다.

무엇을 보아도 그가 떠오르는 병은 어쩔 수가 없다.

마지막회가 기다리고 있어서 설레이고 아쉽다.

아마도 늦잠 버릇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바닥 닦기를 하고, 정리정돈을 하며 토요일 아침을 열었다.

〈숲속의 작은집〉이라는 방송을 보며 오랜만에 필사를 하였다.

행복을 위한 실험에 참가한 A와 B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상을 잘 일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다.

내가 없는 것들은 잘 돌보아야하는 것들이다.

언젠가는 내게 없는 것들을 돌보아야 하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하고 돌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봄코트들을 세탁소에 맡기고, 입지 않는 옷들을 종이가방에 담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왔다.

오랜만에 온천천을 걷다가 j언니가 생각나서 전화했다가 언니네 집에 잠시 들렀다.

언니네 집은 짐들로 가득차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가득한 짐들과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동생네에 가도 장남감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j언니의 둘째 s가 소개해주는 다섯살 적 사진으로 아이의 한 해를 보고,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을 영어로 배웠다.

s는 자신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귀엽죠?'라고 질문을 해 나를 당황하게 했다.

s는 너무 귀여워서 '귀엽죠?'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귀여워'라는 말이 연발하여 나올 지경이었다.

표정, 행동, 말투 모든 것들이 귀여웠다.


온천천을 따라 걷다가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하는 풍경을 보았다.

자전거를 나란히 세워두고 쉬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 달리기 내기를 하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이 참 예뻤다.

그리고 내내 웃는 표정으로 나와 함께 하는 s의 재담이 너무 귀여웠다.


저녁에는 기어코 여수 향일암에 가보기 위해 동생네에 갈 예정이다.

저번에 왔을 때 좋아했던 아몬드러스크를 세 봉지나 샀고, 입지 않을 옷도 하나 넣었다.

내일은 비가 온다니까 우산도 하나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