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계절을 알아차림

snoow 2018. 8. 6. 19:12

2018. 8. 6.

밥 먹을 때마다 〈노마: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조금씩 보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북유럽 로컬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다.

북유럽에서 나는 식재료로 창의적으로 요리한다는 것인데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알았다면 한 번 방문했어도 좋았겠다.

언젠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눈덮힌 들판에서 이끼를 채집해와 요리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곳 역시 노마였다.

정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전무한 상태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며 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시간과 공간을 요리에 담아 내고 싶다는 르네의 말이 울림이 있다.

바깥은 어떤 계절이고 그 계절에 맛나는 식재료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요리 위에도 계절의 아름다움을 올린다.

풍미와 풍경이 요리 위에 담기게 되는 것이다.

신토불이를 실천한 사람이며,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 마음에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젊은 패기와 고집이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분명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집 근처의 후스라는 카페에서 크랜베리닭가슴살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침식사를 늦게 한 탓에 먹을 생각이 없었으나 점심시간 붐비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눈치가 보여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바삭한 치아바타 빵 사이에 빽빽이 들어찬 야채들과 커리소스에 버물러진 닭가슴살과 달콤한 말린 크랜베리가 맛을 선사했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나는 음식을 먹으면 만족스럽다.

맛집을 찾아 유랑하는 문화도 행복을 추구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여름이라 불 앞에서 요리하는 것이 버겁지만 오늘은 양파 장아찌를 만들어보았다.

아삭한 양파를 저장해놓고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양파는 비만세균을 잡는 식재료라고도 하니 부지런히 많이 먹어 두어야겠다.


세 달 전부터 손과 발 끝이 저릿해서 오늘은 신경과 진료를 받고 왔다.

갑상선, 당뇨병, 류마티스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혈액검사를 받고 돌아왔다.

여하간 위의 어느 것 한 가지라도 반가운 병은 아니다.

마흔이 넘으니 그동안 무신경하게 보내온 간강에 빨간불이 자주 들어온다.


오랜만에 마트에 들러서 스파게티 재료를 사왔다.

브로콜리와 새우, 마늘, 토마토 소스를 넣어 맛나는 요리를 해야겠다.

맛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나를 사랑해주어야겠다.

요리 만들기는 귀찮은 일이지만 하루에 세 끼식 꼬박 돌아오는 사람의 일 중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른 것들을 위해 잘 먹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 계절의 열기를 이겨내기 위해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솜씨를 발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