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빛

물에 젖은 밤

snoow 2018. 8. 8. 22:22

2018. 8. 8.

늦게 잠들지도 않았는데 또 늦잠을 자버렸다.
빵과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는 나갈 채비를 했다.
걸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병원까지 걸어갔다.
썬크림 바르는 것을 깜박해서 다리는 따끔거렸고, 손수건도 잊어 흐르는 땀도 못 닦았다.
늦었다는 생각에 서둘렀더니 잊고 못 챙기는 것들이 생긴다.

나의 말초 신경염의 원인은 혈액 검사로는 갑상선도, 류마티스도, 당뇨도 아니란다.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것은 빈혈인데 철분제를 부지런히 먹는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손발이 징하고 기분 나쁜 전류가 피부를 타고 흐른다.
항상 극한 상황을 떠올리다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나의 미래는 하루하루 무사히 보내는 것이다.

현대미술관의 read view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미래를 걷는 사람들>들이라는 기획전시를 보고 작품 속에서 이미지나 텍스트를 수집해서 15 분동안 글을 쓰고 나누는 것이었다.
나는 첸 치에젠의 <잔향의 세계>라는 작품을 보고는 청소에 대한 글을 썼다.
다른 이들의 감상을 글로 듣는 시간이 좋았다.
질문의 시간도 각자 답을 찾는 과정이라 활기가 있었다.
어느 분의 글 속에서 일기쓰기가 땀땀히 일상을 전시하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말도 좋았다.
일기쓰기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

s와 다대포에 있는 달테이블에서 맛나는 쭈꾸미구이를 저녁으로 먹었다.
오랜만에 s와 외출을 했다.
다대포 바닷가도 걷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도 맞았다.
음악분수의 리듬있는 물줄기와 거대한 물벼락에 이 여름을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s네 부부와 녹차 빙수를 먹고는 지하철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곧 집에 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