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케이블카와 전어
snoow
2018. 9. 23. 19:30
늦게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빨래를 해서 널고 남은 치킨으로 아침을 먹었다.
매실청과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셨다.
미니 딸기우유도 달달했다.
오랜만에 터미널로 향했다.
고향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밝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가족들과의 해후를 기대할 것이다.
버스는 가을로 향하는 들판을 지나 시를 하나 지나 읍에 도착했다.
박준의 글을 읽으며 내가 떠나 온 작은 소읍들이 그가 쓰는 글의 감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고는 아이러니했다.
누군가에게는 벗어나고픈 유년의 메마른 기억들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지가 되어 감성의 샘이 된다는 것 말이다.
그의 글에 종종 등장하는 태백과 통영의 정취를 따라가다 보면 사라지고 희미해져가며 늙어가는 소읍이 글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부모님과 막내와 함께 삼천포항으로 향했다.
들판의 초록은 햇빛의 붉음이 더 필요하다.
들판 모서리부터 가을은 스멀스멀 시작되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창선대교를 배경으로 바닷길로 갔다가 각산 꼭대기에 데려다 주었다.
총총이 이어진 섬들 사이로 다리가 놓여 있고 섬들에는 다붓다붓 집들이 정답다.
멸치 방죽은 바닷가에 촘촘히 박혀 있었고 고깃배들은 유유히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부모님은 경사진 계단길도 잘 오르셨다.
엄마는 돌과 흙으로 작은집을 짓고 살고 싶다 하셨고 아빠는 머나먼 순례길을 베낭 메고 걷고 싶다 하셨다.
우리의 소박한 꿈들이 생의 길 위에서 이루어지기를.
대포항의 어부촌이라는 횟집에서 전어회를 먹었다.
뼈째 씹어 먹으면 참 고소하다.
초고추장과 막장과 마늘과 전어 몇 점을 넣어 쌈을 싸 먹는다.
각종 야채에 참기름과 초고추장, 남은 전어회와 따뜻한 공깃밥을 넣어 비볐다.
고소하고 상큼한 비빔밥이 맛났다.
갯벌을 따라 걷고 싶었는데 막내는 나의 기분을 헤아려주지는 않았다.
아쉬움을 남기는 여행은 한번 더 그곳을 방문하게 만든다.
서쪽으로 지는 해가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와도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동그란 뻥튀기를 사서 먹었다.
막내도 엄마도 아빠도 동그란 뻥뛰기가 사라지기 무섭게 다시 집어들었다.
함께 나누어 먹는 순간들은 어떤 동질감을 준다.
한솥밥을 먹는 우리는 오래도록 한 식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