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기차를 탔다면

snoow 2018. 10. 13. 20:16

2018. 10. 13.
어제는 너무 날씨가 좋아 북천행 기차표를 끊었다.
코스모스 꽃밭을 보며 가을을 즐기고 싶었다.
아침나절 계속 들었던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드립니다>를 읽다가 정리벽이 돋아 꼼지락대다 기차표를 반환했다.
혼자하는 꽃구경이 즐겁지 않다는 것과 조금은 귀찮음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다.
어젯밤에 본 <언페이스플>의 올리비에가 계속 생각난다.
모던페스티벌의 눈이 순한 인력거꾼도 생각난다.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청년도 생각난다.
결론은 나의 매력은 생각지도 않고 잘생기고 멋진 남자에게만 눈이 간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내가 혼자인 이유는 자명하다.
그럼에도 끌림이 있는 다정한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

여름동안 입지 않고 색이 바랜 티셔츠와 바지를 버렸다.
그러고는 검정색 기모바지와 슬랙스, 갈색조끼를 샀다.
아마도 애정 결핍을 치장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일 것이다.

어지러이 흩어져있던 위시리스트를 하나로 정리했다.
그 중에 토익시험과 한국사시험 응시도 있었는데 토익시험은 이미 쳤으니 실행 성공했다.
점수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객관적인 내 위치를 안 셈이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옆에 앉은 대학생들이 한국사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개항기의 역사적 사건들을 앞글자만 연결해서 외우고 확인중이었다.
갑자기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자격시험에 대한 환멸이 느껴졌다.
사실을 정확히 외워 시험에 정답만 적어 일정 점수를 얻고 자격을 얻는 과정이 싫었다.
그래서 위시리스트에서 한국사시험은 지워버렸다.
역사를 알고 싶으면 찬찬히 책을 읽으며 연구해볼 일이다.
무겁게 책상 위에 쌓여있던 수험책자도 정리해서 본가로 가져갔다.
여전히 책을 버리는 것은 힘들다.
정리하지 못한 영수증도 버리고 불필요한 것들도 버리니 책상 위가 조금 훤해졌다.

볼전구와 d가 준 스탠드, 작은 양초가 저녁 시간을 따뜻하게 해준다.
맞은 편에 그가 앉아서 씨익 웃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