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빛
신발 틈으로 비가 새고
snoow
2018. 4. 23. 15:45
2018. 4. 23.
예정대로 약속이 지켜졌다면 어땠을까?
비 오는 날, 짐을 이고 지고 걸으려니 조금은 서럽고 처량하기까지 했다.
플랫 슈즈 사이로 빗물이 새어 들어오고, 발이 차가운 빗물에 젖어가니 더더욱 말이다.
약속이 지켜졌다면 비도 안 맞아도 되고,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고... 괜스레 그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에게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는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게도 된다.
다시는 그에게 부탁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의바르게 반듯하게 해살스럽게 그는 웃었지만 다시는 부탁 따위는 하지 않겠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굳이 부탁하거나 도움을 받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몇 장을 읽어내려가는데 좋은 부모가 되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의 사랑이 하찮게 추락해버리는 느낌이지만 나이가 들었으니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을 해야할거다.
그럼에도 오늘은 유치하게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몸까지 아프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고 따뜻한 방에서 푹 자야 할 것 같다.
어제도 몸살기운으로 잠들기가 힘들었고 새벽에 일찍 깨는 바람에 피로가 쌓인 느낌이다.
오늘은 훌훌 털어버리고 곤하게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