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너

첫 이별

snoow 2023. 6. 25. 06:11

2023. 6. 25. (2019. 9. 7.)

네가 처음으로 약속 장소를 정해서 만났다.
경전철을 타고 네가 사는 동네까지 갔다.
일찍 도착한 나는 해반천을 걸으며 참 아팠다.
이별을 결심하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는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났다.
아침약 때문인지 정신이 없어 보였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렸다.
또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일정을 연속으로 잡는 것도 서운했다.
어차피 헤어지려 왔으니 서운한 마음도 접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하트를 보냈다.
네 행동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헷갈렸다.

처음 전화를 했을 때 화난 목소리라 당황했다.
(업무 관련으로 전화에 시달린 후였다.)
퇴근 후 집에 가면 전화통화가 힘들다 했다.
(집에서는 엄마 때문에 통화하기 곤란해했다)
먼저 안부 문자를 보내주는 일은 드물었다.
일로 바쁘니 평소에 연락은 수월했으면 했다.
사귀는데 연락이 뜸하니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생일도 내 직장이 어디인지 지금도 모른다.
(ADHD와 일로 먼저 챙기는 일은 힘들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난 날 몇 가지를 묻고는 끝이었다.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봐 줬으면 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봐 줬으면 했다.
섹스 외에 어떤 대화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와는 섹스만 하고 싶은 것으로만 여겨졌다.)

의원들이나 기자와 만나는 약속이 많았다.
그들과는 일과 관련된 대화를 한다고 했다.
나와 일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을 거다.
서로의 일상이나 소소한 주제로 대화하고 싶었다.
(일상을 묻고 대답하는 것을 할 줄 몰랐다.)
뭐 했냐고 질문하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네 일상은 일이라 일 이외에 말할 것이 없었다.
일로 받은 스트레스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혼자서 일이나 일정에 대해 말할 수는 있었다.
(나는 물어봐주면 말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뭐 하면서 보냈는지 질문하지는 않았다.
(일상을 묻고 대답하는 것이 힘든 사람이었다.)
질문하지 않는 것이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쳤다.
(후에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연락과 대화의 문제로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네가 가진 기질이 원하는 관계를 줄 수 없었다.)
몸은 가까워진 거 같은데 마음은 좁혀지지 않았다.
만난 지 2주 만에 헤어지자고 말했다.
내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냥 헤어지자고만 했다.
대화가 하고 싶었는데 대화로 풀지 못했다.
이상하고 헷갈리는 것들을 질문했어야 했다.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사랑할 거라는 걸 알았다.

내가 찬찬히 너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네가 찬찬히 네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아는 편이다.
너도 그때보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나만 너에 대한 미련으로 너무 힘들다.
그때도 지금도 내 마음만 아픈 관계다.
네가 정말 미안하다면 내 마음을 보듬어줘야 한다.
내 노력과 애씀을 알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