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너

이별 연습

snoow 2023. 7. 3. 22:39

2023. 7. 3. (2019. 11. 3.)

우리는 이별 통보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서로를 알아가고 많이 사랑할 시간에 말이다.
서로의 단점이 보이면 누구라도 헤어지자 했다.

아마 네가 두 번째 헤어지자고 한 날이다.
네가 약속 장소를 정하고 만나는 날이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파전도 먹었다.
이별을 결심하고 온 날이라 너는 말이 많았다.
그날은 외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커피만 먹고 헤어지려고 했으나 길어졌다.
어차피 헤어지니 점심도 먹자고 부추겼다.

평소에 펜을 많이 쓰니 선물을 준비했었다.
마지막이니 집에 들러 건네주었다.
다른 약속이 있어 오후에 헤어졌다.

나는 미련이 계속 남아서 너에게 연락했다.
헤어지기 싫다는 그런 문자였을 것이다.
너도 마음이 그랬는지 저녁에 달려와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그날 못 헤어졌다.

네가 헤어지자고 한 이유는 내 성격 탓이었다.
처음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두 번째도 똑같다.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내 태도 때문이었다.

문자 답이 늦어서 내가 두 번째로 헤어지자 했다.
너는 영문도 모른 채  문자를 받고 그러자 했다.
나는 다음날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매달렸다.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 하는 것도 싫어했다.
한 달 정도 냉전 끝에 다시 화해하고 만났다.

다시 시작하면서 연락을 자주 해주길 요청했다.
먼저 연락도 하고 약속도 잡고 하라고 말이다.
어느 날 일로 바쁜 너는 전화 연락이 늦었다.
직장의 동료 일로 전화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문자로 사정을 듣고 답을 보내는 중이었다.
전화가 되었는데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두 번째 이별 통보는 이 일 때문이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불같은 내 화가 문제였다.
첫 번째는 답이 늦는 이유를 물었으면 되었다.
두 번째는 너그러이 통화하고 기다렸으면 되었다.
내가 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렸다면 되었다.
홧김에 헤어지자고 하거나 소리치지 않았다면...
내가 느긋하게 기다려주었다면...
내가 불안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면...
네가 ADHD여도 내가 여유롭고 건강했다면...
너를 이해하고 품어주고 사랑했을 텐데...
아마 더 나은 관계를 꾸려 갔을 텐데...
너와 다시 만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이별 연습이 아니라 사랑 연습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