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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세상의 중심

by snoow 2018. 7. 11.


2018. 7. 11.


아침부터 중재를 하느라 너무 언성을 높여서 기분이 나쁜 시작이었다.

날은 더운데 나를 열받게 하는 거짓말에 나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열 살들의 불만과 불평을 들어내느라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럴 때는 더운 날씨만큼 감정은 폭발해버린다.


땀에 찌들어서 비빔밥을 먹고는 옷을 갈아입는데도 진득한 땀이 묻어나는 듯했다.

급하게 일 하나를 처리하고는 버스 세 코스 거리의 출장을 떠났다.

나의 생애 첫 일터로의 홈커밍과 같은 것이었는데 예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익숙하게 육교를 건너고 버스정류장을 찾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정작 그 곳에서 생활할때는 후문으로 빠져나와 지하철을 더 많이 탔으면서도 말이다.


오늘 당신의 색깔이 궁금해서 삼 층에서 서성거렸음에도 당신을 보지 못했다.

요즘은 제대로 얼굴을 마주보고 인사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너무 서운하다.


일미정서 멸치쌈밥과 된장국을 먹었다. 

쌈채소가 다섯 가지나 되었고 각종 젖갈이 맛나는 저녁상을 만들어주었다.

통통한 멸치와 시래기가 든 멸치찜도 맛났다.

물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식단이기도 했지만 평소에 잘 차려 먹지 못하니 이런 저녁상은 진수성찬이다.


i와 책을 읽으며 수다를 떠는 시간도 좋았다.

우리는 인생의 여러 굽이들을 돌아왔는데 나의 중심이 되어주던 종교, 가치관, 신념에 대한 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믿고 따랐던 것들이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혹은 어떤 관계가 끝났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요즘은 나의 중심에 두고 싶은 가치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다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하루에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치열하다는 단어는 내게 어울리지 않고 다정하게 보듬고 살고 싶은 것이 좀 더 가까울 것이다.


자정이 가까워지지만 기온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다.

장마가 지나가고 더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이 시점에 몸은 많이 지칠 것 같다.

다행히도 체력이 많이 회복되어서 그럭저럭 견디는 것이 용하다.

컨디션이 좋고, 기운이 나고, 피로하지 않은 이 기분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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