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2.
하루종일 너무 더웠고 에어컨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밤이 되었지만 기온은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가 않다.
선풍기를 계속 틀어두고는 밥을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일기를 쓴다.
오랜만에 약속이 없는 날이라 리틀포레스트에 들러 자두브리즈와 마들렌을 하나 먹었다.
달콤한 수제청 에이드들이 참 마음에 드는 곳이다.
다만 내 입맛에 조금 달다는 함정이 있다.
여유롭게 『멀고도 가까운』을 한 챕터 읽었다.
솔닛의 글은 참 멋스럽고 깊이있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며,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공부를 하려고 들렀다는 어떤 분은 나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왔다.
회사원들이 많은 중앙동의 카페에는 가끔 근무시간인듯한 시간에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분은 나를 그런 여유롭고 한가로운(?) 사람으로 보기에 그냥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집에 와서는 오랜만에 밥을 안쳤다.
며칠 사이 외식만 하다보니 냉동실에 얼려둔 밥이 다 떨어졌음에도 밥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귀리, 렌틸콩을 쌀에 섞어서 밥을 안치고, 야채칸에서 시들기 직적인 야채들을 구출해서 길죽하게 썰어주었다.
애호박은 새우젓을 넣어 기름에 볶아주었다.
달걀말이 솜씨는 정말 형편이 없는데 오늘도 실패였다.
야채와 계란말이를 곁들여 간단히 꼬마김밥을 먹을 수 있다.
준비하는 것이 조금 수고스럽기는 하지만 반찬 없을 때 해먹기는 좋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좁다란 복도를 숨막히게 할 때 밖을 내다보니 당신이 있었다.
창을 열고 바깥 기온을 가늠하듯 팔을 내밀면서 멀리 보이는 당신을 보다가 눈이 마주친것도 같다.
방금 본과 폰 부부의 사진을 보다가 당신과 나이들어 저 부부처럼 되면 어떨까 잠시 상상했다.
열렬히 더운 눈부신 바깥을 외면한채 창을 꼭 닫아두고 청소를 하다가 형편없는 상상도 했다,
당신이 내게 가져온 이 기운이 여름의 태양아래 홀연히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붙들게 된다.
유월의 어떤 기운으로 인해 티비조차 보지 않다가 오늘은 〈한국인의 밥상〉을 보게 되었다.
충청도 증평의 들판에는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감자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을 보며 김에다가 밥과 야채와 계란말이를 싸서 한 입씩 베어물었다.
단촐하면서도 심심한 저녁상과 티비시청들...
삶이 단촐해서 좋은데 이 심심함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