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셀로나에서 마지막날을 보내었다.
조식을 일찍 먹고는 24번 버스를 타고 구엘 공원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걸어서 다녀오려고 했는데 걸어서 갈 거리는 아니었다.
T-10을 다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구엘공원으로 갈 때는 유용했다.
구엘공원은 공사중이라 조금은 을씨년스러웠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을 끄는 것이 없었다.
그의 건축에 주로 사용되는 자연에서 빌려온 곡선은 동화적이기는 하지만 멋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래된 고딕성당이 예스럽고 고전적이지만 내 취향이 아닌 것과 같다.
혹은 내가 찾은 멋은 하나도 없고 책에서 읽은 정보로 먼저 대단한 건축이고 대단한 건축가라는 인식이 오히려 감상을 방해했다.
책과 사진으로 이미 다 보아서 실제로 방문했을 때는 흥미가 없었다고나 할까?
오히려 무료로 개방되는 산책로 꼭대기에서 만난 십자가 위에서 바라본 바로셀로나 풍경이 더 멋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비행 시간동안 씻지 못할 것을 대비해서 머리도 감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는 어제 우곳에서 사온 마차마시멜로초코케이크와 차를 끓여 함께 먹었다.
케이크는 한 가지만 맛보았지만 현지인들도 즐기는 맛집인 것 같다.
좀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차를 즐길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맛만은 있었다.
배드버그가 조금 걱정인데 집에 가면 모든 옷들을 바로 씻어야겠다.
버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티셔츠 두 장과 속옷 한 벌만 버리고 그대로 다 가져간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짐을 맡기고는 보께리아 시장 나들이를 갔다.
과일, 향신료, 타파스, 생선, 하몽과 쵸리초 등 다양한 색감의 식재료들이 눈을 붙들었다.
엠빠나다와 멸치튀김을 사먹어서 레스토랑 가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다.
시장 뒷쪽으로 이민자들이 거주해왔다는 라발의 거리를 걸었다.
좁은 골목길 위로 창문마다 빨래가 한가득 걸려있다.
이틀동안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동굴같은 호텔방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아마 집들은 한 쪽으로만 난 창으로 햇빛을 받아들일 것이다.
빨래는 햇살 좋은 창밖에서 말려야 하고 말이다.
걷다가 꼬모 엔 까사에서 맥주 한 잔을 했다.
날마다 와인 아니면 맥주를 마셨는데 그 탓에 많이 걸었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나보다.
꼬모 엔 까사는 거리로 난 창을 열면 낮은 벽이 의자가 된다.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는 벽 자체가 훌륭한 의자가 되는 공간이었다.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빵과 차를 마시며 각자의 일을 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가고 아저씨 한 분이 앉았다.
주인과 친근하게 인사하는 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가던 친구가 멈추어 서서 수다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단골이자 친구들일 것이다.
마치 마크커피에 단골들이 주로 모여 담소를 나누는 것과 겹쳐 바로셀로나의 골목길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음주보행으로 람블라다 거리를 걸어 다시 호텔로 돌아와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왔다.
비행기를 두 번 타고 나면 날이 바뀌고 나의 두번째 혼자 여행도 저물 것이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일상의 고마움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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