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을 챙겨먹고는 팔라스 데 레이의 새벽을 뚫고 걸었다.
아침에 창으로 보이는 오리온자리가 예뻤다.
새벽공기는 차갑고도 시원했고 숲길을 걷는 아침 시간이 상쾌했다.
물론 길 위에서 담배를 핀 아저씨 때문에 산책길의 즐거움이 반감했지만 말이다.
어제처럼 걸으면 고관절이 정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카페에서 쉬었다.
오렌지쥬스를 하나 시켜서 시리얼바랑 먹으면서 일기를 썼다.
충분히 쉬고 난 뒤 다시 걸으니 훨씬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맑은 하늘과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 좋았다.
오늘은 캐나다에서 온 테오가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영어로 사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한 것 같다.
직업, 가족과 결혼 등등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잘하지 않는 이야기를 말이다.
멜리데에 도착해 문어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맥주 안주로 너무 맛났는데 테오는 괴물 같다면서 먹기를 거부했다.
테오는 맛나는 점심을 사주고는 그의 목적지인 멜리데에 도착했음에도 나의 목적지인 아르수아까지 동행해주었다.
햇빛이 싫어 새벽에 출발한다는 그가 나 때문에 오후의 햇살 아래 세 시간을 더 걸었다.
같이 머무는 이곳에서 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권하는건데 잘못했다.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고 쉬고싶다는 마음에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마침 바로 옆 호스텔에서 묵고 있으니 거리를 걷다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점심으로 메뉴를 먹지 않아서 저녁이 기다려진다.
나에게 아마도 '저녁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주면서 시간 맞추어 종이를 내밀라고 했다.
오늘도 와인 한 잔을 할까 하고 고민이 된다.
어제는 두 잔이나 마셨더니 머리가 빙글거리고 걸음이 느려졌다.
슈퍼마켓에 들러 작은 물을 하나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