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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빛

시체스의 여름

by snoow 2019. 8. 2.

2019. 8. 1.
어제 딱딱한 러시아항공 의자를 이겨내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너무 지쳤음에도 바로 체크인을 못해 짐을 맡겨두고 시내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바르셀로나에 처음 방문했을 때 왔던 레스토랑에서 메뉴 델 디아를 먹었다.
하몽과 멜론을 먼저 먹고 메인은 브로콜리를 곁들인 물고기 한 마리, 요거트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바르셀로나대성당과 피카소미술관에 들렀다.
러시아항공의 불편한 의자 때문인지 다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관람을 못한 것이 아쉬웠다.
조금더 컨디션이 좋았다면 여유롭게 피카소의 그림을 볼 수 있었을텐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패러디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호텔로 돌아와 씻고는 시체처럼 잠들었다.

오늘은 바르셀로나 근교의 시체스에 다녀왔다.
산츠역에서 티켓을 사는데 조금 헤매었지만 시체스행 기차를 바로 탈 수 있었다.
시체스에 도착해 목적없이 바닷가를 향해 걸었다.
바닷가에 아기자기한 건물을 보고는 입장하고 싶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선 마리셀 팔라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치형 회랑이 있는 바다가 보이는 멋진 테라스가 인상적이었다.
함께 온 누군가가 있었다면 풍경과 나를 담은 사진을 찍어주었을텐데...
혼자 떠나는 여행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알아듣지 못하는 카탈란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산 세바스티안 해변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골목길로 발길을 돌렸다.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등 보사노바 음악이 흐르는 일 파스토라는 레스토랑에서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메인으로 한 메뉴 델 디아를 먹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언니의 친절한 서빙으로 맛나는 점심 시간이었다.
가스파초와 파스타를 먹으면서 둘러본 미술관의 기억을 일기로 옮겼다.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L5를 타고 산 파우 병원을 방문했다.
멋있는 외관을 자랑하는 입구에서 사진만 찍으려다 입장을 했다.
병원의 창백한 타일을 잘 정비해서 보여주는 전시공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정원에서는 나무그늘에 앉아 8월의 바람을 맞으며 환자처럼 바깥 공기를 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구름과 붉은 벽돌의 건물과 바람을 맞는 시간이 치유였다.
바쁘게 걷다가도 언제라도 쉼표처럼 휴식이 필요하다.
가우디길을 따라 걸어서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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