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 6.
둘째와 일품향에서 점심을 먹었다.
며칠 전 메이리에서 먹었던 잡채밥보다 일품향 잡채밥이 더 맛났다.
고추기름으로 볶아서 조금 맵삭해서 자극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둘째가 옷정리를 한다고 해서 집까지 따라갔다.
더이상 즐겨입지 않는 옷들을 건네 주었다.
하나씩 옷이 쌓이더니 제법 더미를 이루었다.
종이가방 두 군데에 나눠담았는데 부피도 크거니와 무게도 꽤 무거웠다.
비까지 내려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큰길까지 나가서 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무거운 옷들을 든 채 택시를 겨우 잡았다.
짐이 무거워 뒷자석에 뒤뚱거리며 탔더니 천천히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기사님은 해가 바뀌었다고 건강하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나도 인사에 답하고는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기도 했지만 조용히 빗소리를 들었다.
내릴 때도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인사를 건네주셨다.
겨우 5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살갑게 건네는 인사 덕분에 따뜻한 순간이었다.
세상은 작은 인사 한마디들로 따사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집에 와서 둘째가 준 옷들을 정리했다.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옷들은 서랍에 넣고 가벼운 옷들은 상자에 넣었다.
잠옷들도 꽤 있었는데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실내복으로 바꿔입었다.
새 옷을 입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매드맨>을 보고 있는데 베티가 매건을 질투하며 혹은 돈을 원망하며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음식으로 달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이 겹쳐졌다.
베티가 원한건 돈의 사랑이었을텐데 싶고 내가 원하는 건 그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관계는 어려워서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며칠 전 그와의 일로 너무 우울해서 h에게 고양이 사진을 부탁했다.
다음날 기분이 풀려서 괜한 부탁을 했다고 h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고양이 사진과 음악들을 건네주었다.
그가 추천해준 음악들을 들으며 순간순간 버티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지난 가을부터 우울한 날들이 있다고 했더니 h는 다른 음악들도 건네주었다.
순간 너무 고마워서 울컥 눈물이 흘렀다.
지난 가을부터 눈물샘이 고장난 순간들이 너무 많다.
내가 받지 못하는 것은 그의 사랑일 뿐이다.
물론 그의 사랑을 제일 원하지만 말이다.
둘째가 옷을 나눠주기도 하고 택시 기사님이 따뜻한 인사를 하고 h가 음악을 건네기도 한다.
우주는 내가 힘들거나 외롭거나 아프지 말라고 돌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