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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빛

당신이라는 안정제

by snoow 2018. 4. 6.


2018. 4. 6.


아침부터 비가 추적거려 시술하러 가는 길이 조금은 우울하고 힘들었다.

오늘처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는 보호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서 환자와 보호자 역할을 다하는 것은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지난 해부터 병원 신세를 자주 지다보니 보호자의 간절함이 가득하다.

그 전에는 독신으로 사는 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호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병실에 혼자 누워있으면서 가끔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시술을 할 때 수면제가 처방된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분나쁜 감각과 소리들이 들리니 이상했다.

수술을 할 때는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었지만 뻔히 정신이 있는데 여러 의료진이 보는 앞에서 환자가 된 기분은 별로였다.

병실로 돌아와서 약간 어질하고 구토가 날 것 같았지만 한 숨자고 나니 괜찮았다.


병원에서 나와 느릿느릿 걸어 부평시장에서 치즈어묵을 하나 사 먹고는 오복미역으로 향했다.

가자미보다 소고기 미역국을 시켰는데 소고기가 너무 질겨서 가자미로 시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몸이 회복되라는 의미로 미역국을 먹은 셈이다.

주말에도 미역국을 하는 가까운 식당을 찾아가야겠다.

아니면 직접 미역국을 끓여서 열심히 먹어야겠다.

지금은 달달한 빵이 먹고 싶어 다온 빵집에 들러 생크림이 가득한 팡도르를 커피와 함께 먹고 있다.


주말에는 책을 읽으면서 뒹굴뒹굴대며 쉬어야겠다.

석대에서 사온 수선화도 절정을 찍더니 조금씩 시들 모양이다.

힘을 비축해두었다가 봄기운에 활짝 피어나고 다시 지는 자연의 순응처럼 내 몸도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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