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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물병 자리

by snoow 2018. 4. 15.


2018. 4. 15.


팡도르와 커피를 마시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느긋하게 『사랑의 생애』를 읽다가 오랜만에 시민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황망하기만 했던 겨울과는 달리, 노랑, 분홍, 주황 그리고 초록이 공원을 메우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 상쾌하다고 생각했지만 먼 산을 바라보면 희부연게 미세먼지가 '나쁨'이다.

공원을 걸으면서 그와는 상관없이 나 혼자서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감정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이미 시작된 이 감정을 쏟을 대상은 그 밖에 없으니 그를 향해 우주 멀리서 오는 햇살처럼 그를 비추고 싶을 뿐이다.


돌아와서는 〈키스 먼저 할까요〉재방송을 봤다.

몇몇 장면에서 울컥해서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요즘은 항상 그를 연상시킨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의 얼굴이 떠오르다가도 지우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오후에는 둘째를 만나 돼지국밥을 먹었다.

팡도르에 커피를 두 번이나 먹은 탓에 배가 고프지 않았다.

밥 몇 술에 돼지고기만 새우젖에 찍어 먹었다.

그러다가 국물을 먹는데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다가도 나는 그를 떠올린다.


똑같은 디자인의 레깅스와 짚업을 또 사버렸고, 노란색 블라우스를 샀다.

블라우스는 청바지와 함께 입으면 어느 정도 어울릴 것 같다.

토마토와 파파야메론도 사왔다.

토마토는 지난주에 먹었던 토마토가 맛나서였고 파파야메론은 참외같이 생겨서 내 체질에 맞을 것 같았다.


『사랑의 생애』를 계속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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