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4.
난 네 네 번째 여자친구다.
넌 내 세 번째 남자친구다.
내가 아는 네 여자친구는 다섯 명이다.
여자친구들에 대해 물어보았던가 보다.
첫 번째 여자친구는 모임에서 만났다고 했다.
서울 쪽에 살고 있었고 1년 정도 만났다 했다.
외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다고 들었다.
너는 첫 여자친구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두 번째 여자친구는 대학 때 다른 과였다고 한다.
졸업하고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되어 만났다.
네가 여자 의원들과 일하는 것도 못마땅해했다.
네가 싫어하는 집착하는 유형이었다고 했다.
혼자 힘들어하다가 결국에는 떠났다고 했다.
세 번째 여자친구는 데이팅앱에서 만났다고 했다.
호텔리어였고 100일 조금 넘게 만났단다.
여자친구는 네가 섹스를 못해서 헤어지자 했단다.
결별의 사유는 여러 가지니 그럴 수 있겠다.
네 번째 여자친구는 지인의 동호회 지인이었다.
동호회 모임에 따라갔다가 나를 만난 것이다.
만난 지 24시간 만에 사귀자고 했다.
파란만장한 3년 9개월을 보냈고 이별 중이다.
다섯 번째 여자친구도 지인들 모임에서 만났단다.
너와 동갑이고 D시에 살고 있다고 했다.
나와 만나는 중이었던 2021년 9월에 만났다 했다.
다섯 번째 여자친구의 존재는 10월에 알았다.
D시에 현장조사로 출장을 자주 갈거라 했다.
내가 농담으로 D시에 여자친구가 생겼냐고 했다.
내 농담은 네게는 진담이었던 거다.
나한테는 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었다.
일요일 저녁까지 연락이 안 될 거라는 말을 했다.
주말이라 D시에 가서 데이트를 한 날일 거다.
사실을 알게 되고 크게 화를 내고 힘들었다.
아마 10월 이후로도 일을 핑계로 만난 모양이다.
네 논리로는 나에게 이별통보를 했으니 되었단다.
10월 이후로 내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질렀다.
한 번은 물병을 던졌고 한 번은 멱살도 잡았다.
너는 헤어지고 싶은데 내가 놓아주지 않은 거다.
다섯 번째 연애에 내가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다섯 번째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모양이었다.
네가 잘 못 챙기는 것 같다고 한 걸 보면 말이다.
이 일로 나는 상처가 심했고 의심이 깊어졌다.
이 사랑을 잘 지키고 싶었는데 결국 이별이다.
나를 빼고 네 여자친구들은 너를 떠나버렸다.
네 말과 행동, 조울과 ADHD, 불성실한 태도...
네 탓을 하고 내가 이별을 선언하는 게 맞다.
다른 여자친구들처럼 떠나는 게 맞을 거다.
한편으로 나도 불안과 우울이 증폭되었다.
일마저 제대로 못해내서 휴직도 했다.
세 명의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약도 먹었다.
그럼에도 너라는 존재를 포기할 수가 없다.
집착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여전히 너와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의 마음 상태로는 안된다.
네 조울과 ADHD도 꾸준히 치료가 필요하다.
내 불안과 우울도 꾸준히 치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이 건강해져야 한다.
건강한 마음 두 개가 다시 만나기를 기도한다.
그때는 마지막 여자친구와 남자친구가 될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