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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너

혼자 토닥이는 밤

by snoow 2023. 7. 9.

2023. 7. 9.

세 명의 정신과 의사를 만났다.

첫 선생님은 2020년 3월에 만났다.
조울로 치료받고 있던 네가 병원에 가보라 했다.
우울로 진단을 받았고 수면제와 약을 처방받았다.
늘 웃으며 맞아주었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2017년 일터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 해 자궁근종 수술로 체력도 바닥이었다.
수술하면서 췌장의 낭종도 발견했다.
혼자 독립해 살면서 외롭기도 했다.
체력이 저조하니 사회적 만남도 줄어들었다.
2019년까지도 몸과 마음은 저조했다.
6개월 동안 만난 너와의 관계는 슬프기만 했다.
나 혼자만 좋아하는 이상한 관계였다.
일에만 빠져있고 함께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나한테 관심이 없는 네가 너무 이상했다.
2020년 직장을 옮기며 적응을 못했다.
난 우울, 불안, 부적응, 불면에 시달렸다.
내가 슬픈 이유는 너로 인한 게 90% 였다.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옮긴 직장과 코로나 탓을 하며 휴직을 했다.
몸과 마음이 바닥이라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선생님은 2021년 10월에 만났다.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알게 되었다.
너에게 힘드니까 병원을 추천해 달라 했다.
네가 다니던 병원의 다른 원장님을 소개해줬다.
불면의 이유를 솔직하게 말했다.
힘들었지만 너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정리할 수 없었다.
너는 이후로도 나 몰래  D시로 자주 갔다.
내 증상은 상사병과 같았다.
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한 헤어질 수 없었다.
만남은 이어지고 있었기에 진료는 거기까지였다.

세 번째 선생님은 네 주치의였다.
2022년 7월, 수면제 처방을 받고 싶었다.
두 번째 선생님이 진료를 하지 않는 날이었다.
난 거의 사흘 가까이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수면제 처방이 긴급했기에 네 주치의를 만났다.
A시로 떠난 네가 또 연락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새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쉬고 싶다고 했다.
나는 주말인데 데이트도 못하니 답답했다.
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자주 못 보니까 함께 하고 싶었다.
주말이 끝나는 날에 전화를 준다고  했다.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했다가 차단당했다.
내가 관계에서 불안을 느낀다고 진단하셨다.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처방해 주셨다.
한 달이 안되어 내가 연락해서 다시 만났다.
네가 곁에 있으면 나는 약이 필요하지 않다.
너는 나의 유일한 안정제이다.
너로 인해 불안하고 너로 인해 안도한다.

2023년 6월 두 번째 선생님을 또 뵈었다.
문자 한 통 남기고 떠나버렸고 불면이 찾아왔다.
잠을 못 자면 일을 못하니 수면제가 필요했다.
이번에는 헤어질 수 있을 거라 말씀드렸다.
이번에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 달이 겨우 지났지만 그럭저럭 해내고 있다.

'소중한 너'라는 폴더를 만들었다.
너와의 기억들은 온통 슬픔이거나 아픔이다.
상처이거나 고통이라 들추기가 무섭다.
토막글을 쓰면서 가슴이 쿵쾅이고 장이 꼬인다.
네 기억들을 소환하여 기록한다.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회상이다.
두 사람의 일이지만 각자 다르게 쓰인다.
네 입장에서 나는 집착하는 스토커이다.
내 입장에서 너는 회피하는 무뢰한이다.
그럼에도 어떤 순간들은 감미롭고 따뜻하다.
이 폴더에 다시 따뜻한 이야기를 쌓고 싶다.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이 다시 쌓였으면 좋겠다.
글을 쓰며 나를 위로하고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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