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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빛

인생 삼막

by snoow 2018. 10. 20.

2018. 10. 20.

열도 나고 코도 훌쩍이고 몸살도 났다.
얌전히 집에만 있으려다 카페에 가기로 했다.
점심 무렵은 햇살이 따뜻해서 걷기 좋았다.
n이 추천해준 달콤한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생크림이 가득 올려진 음료를 마시며 영어공부를 한 시간 정도 하니 지루해졌다.

일주일 전에 실패한 아스트로북스에 방문하기로 했다.
두 시에 문을 여니 출발하면 문을 연 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섬처럼 놓여진 거치대에는 나름의 분류법으로 책들이 놓여져 있었다.
서점에 가면 대충보는 버릇이 있는데 서가를 꼼꼼히 살폈다.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이 있으면 펼쳐서 첫 문장을 살펴보았다.

책 중에 중년의 삶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제목에 third time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인생의 세번째 시기인 중년을 잘 보내는 법에 대해 소개한 책인데 세번째라고 명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았나 하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여전히 오랜 세월을 살았어도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싶어 그 문구가 서글퍼졌다.

결국에는 황현산과 신형철의 산문집을 선택했다.
최근 몇 년간의 시류에 대해 작가들의 시점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뉴스걸이 아닌지라 늘 현재에 살지 못한다.
늘 조금 늦게 세상사가 내게 도착한다.
아마도 몇 년에 걸쳐 모아진 그들의 책으로 세상을 복습해볼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맥주 안주를 위해 즐겨가던 프린스치긴에 들렀다.
집에서 맥주와 먹는데 예전의 맛이 아니라 조금 실망했다.
지하철 대신에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수고로운 발걸음이 헛걸음이었나 싶어 후회했다.
모든 일들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요즘은 우울해진다.
기운을 내어 완벽하지 않은 시간들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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