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귀찮았지만 청소기를 돌리고 카레를 만들었다.
크림번을 두 개나 먹고 양파달걀볶음으로 아침도 먹었다.
《쓸 만한 인간》을 다 듣고는 빗속에 외출을 감행했다.
가오픈한 오픈하트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누군가의 공간의 기억을 읽으며 나의 공간의 기억을 쓰고 싶었다.
33번 버스는 서면으로 가지 않고 차고지로 돌아갔다.
시민공원 근처서 내려 비 내리는 시민공원을 가로질러 영광도서에 들렀다.
싸인회가 진행중인 1층을 피해 3층으로 올라갔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내 손이 닿지 않는 꼭대기에 꽂혀 있었다.
책을 검색해서 내가 찾을 수 없는 형태라 불편했다.
그러나 두꺼운 책이 내게 도착했고 천천히 읽어야겠다.
오랜만에 모퉁이극장에 들러 <마이 위니팩>이라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자기 소개를 하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는 실험적이었고 감독은 마치 도시와 한 몸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 장소와 떨어지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도시재생을 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다시 되새긴다.
이 도시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거대한 이야기들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오늘도 느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봄 이야기를 찍었다는 청년의 영화를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