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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너

버릇

by snoow 2023. 6. 15.

2023. 6. 15.

너는 손과 발은 대충 씻는다.
손에 물 묻히고 비누가 살짝 스치면 헹군다.
발에 물 묻히고 물발로 저벅저벅 걸어 나온다.
거실 바닥은 이내 물바다가 된다.
너는 대체로 물바다를 눈치 못 챈다.
네가 지나간 길을 대충 닦아낸다.
손은 그리 대충 씻는데 감기는 안 한다.
발은 그리 대충 씻으니 무좀이 아직이다.

앉아서 변기 사용하라는 약속은 잘 지킨다.
용변을 보고 나면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린다.
화장실 불은 어김없이 잘 끈다.
내가 화장실 불 끄는 걸 잊으면 잔소리한다.

너에게는 좋은 버릇도 나쁜 버릇도 있다.
나도 그렇다.
나쁜 버릇만 보는 나쁜 버릇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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