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빛

산수유잼과 곤들매기

by snoow 2018. 5. 30.


2018. 5. 30.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보통이라 오전 내도록 야외에서 있었더니 머리가 띵하다.

오후에는 서류작업 하느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었더니 엉덩이가 뜨겁다.


퇴근길에첫번째로 i가 수요일마다 머무는 고서점에 들렀다.

집에 딱히 먹을 것이 없던 터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주제로 한 행사에 다녀왔다는 i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속가능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채소도 재배하고...

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면 플라스틱 포장용기들이 가득하다는 생각에 우울해하고는 했다.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의 양에 놀라기도 했다.

여하간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일이라던가 일회용품은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 등 말이다.


퇴근길에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중앙동 40계단 앞이다.

〈리틀포레스트〉라는 영화가 궁금했었는데 마침 상영을 한다기에 머물렀다.

오늘 행사의 촬영을 위해 특별히 투입된 드론이 공중을 잘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작동을 하다가 그만 복잡하게 얽힌 3층 건물의 전깃줄에 걸리는 사고가 있었다.

119에서 출동해서 떨어지면 위험해질 수 있는 드론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구조와 동시에 버닝소다의 오프닝 공연이 시작되었다.

'달려라 하니'로 시작되어 몇 곡의 커버곡이 이어지고 버닝소다의 곡이 한참 연주되는 가운데 소나기가 쏟아졌다.

악기들 때문에 공연이 중단되고 철수하는 일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들의 곡을 못들은게 아쉽다.

커버곡들보다 보컬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40계단 거리로 오는 길에 '리틀포레스트'라는 카페가 리모델링중인 것을 보았다.

미니 다큐로 카페의 옛모습을 보니, 1층은 드라이플라워가 2층은 앙증맞은 화분들이 3층은 잔디가 깔린 야외 테라스가 멋진 곳이었다.

괜히 식물 가득한 그 공간이 마음에 들어 리모델링을 마치고 나면 한 번 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기가 내려 습기가 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운데 영화의 시작도 코모리 마을의 안개 가득한 풍경으로 시작되었다.

〈리틀포레스트〉여름과 가을편에서 나는 여름만 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일기를 쓸 시간도 없을 뿐더러 수면도 부족해지고 내일을 맞이하기가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낮동안 흘린 땀과 소나기로 젖은 옷이 축축하니 찝찝하기도 했다.

모내기 논을 돌보며, 수유를 따며, 제초를 하며, 곤들매기를 옮기며, 토마토를 수확하며...

사이사이 맛나는 음식, 그것도 시간을 들이고 기다림이 필요한 음식들을 하나씩 뚝딱 만들어서는 맛나게 먹는 장면들이 배불렀다.

가을편은 아마도 햇살이 뽀송하고 더 맛나는 음식들이 많았겠지만 오늘은 여름편으로 족했다.


공연을 보다가 스크린 뒷쪽의 예전에는 카페 '오르다가'였다가 '와키와키'로 바뀐 건물의 차양막을 우연히 보았다.

입구에는 카페의 새 이름표가 붙었지만 차양막 끝까지는 바꾸지 못했나보다.

여하간 어떤 공간의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을 보니 괜히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를 했다는 그 카페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역사적인 유물을 보듯 어떤 장소의 지층을 잠시 엿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쩌다가 출퇴근길이 되어버린 이 골목들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한 때는 열렬히 들락대던 이 골목길을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가볍게 지나고 있다.

지금보다 에너지가 더 충전되면 골목길에 다른 추억들을 남겨보아도 좋을 것이다.



'일상의 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쉼표가 있는 자리  (0) 2018.06.02
후추와 소금 사이  (0) 2018.06.01
기다림의 포착  (0) 2018.05.26
사케와 맥주  (0) 2018.05.23
문질러 새긴 기억  (0) 2018.05.22